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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환으로 탄환을 맞히는 게 가능한가" 천궁은 달 착륙보다 어려운 무모한 프로젝트였다
    • 작성자 : 유정아
    • 등록일 : 2025-11-11 14:23:29

    조회수 : 12

  •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 스토리<1>

    활!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 무기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궁(弓)의 민족으로 불렸다. 고구려 건국 신화에서 주몽은 활쏘기 명수로 묘사되고, 이름 자체가 '활 잘 쏘는 자'라는 뜻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창, 일본을 대표하는 칼과 비교하여 활은 원거리 표적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신궁이라 불리는 활의 명수들은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민족과 활의 관계는 단순히 무기 차원을 넘어 문화·정신·정체성과 깊게 연결돼 대대로 전수되고 있다.

    올림픽 양궁이 우리의 메달밭인 상황이 보여주듯 활 관련 문화와 기술은 우리 민족의 유전자(DNA) 일부분으로 담겨 전승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제는 DNA화된 활 관련 기술이 전통 무기 차원을 넘어 최첨단 무기체계로 구현되고 국제 방산시장을 누비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천궁.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중고도(中高度) 대공 요격무기의 '가성비 최강자'로 평가받는다. 초음속으로 영공을 위협하는 적 전투기와 미사일, 이것을 요격하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탄생한 '우리의 활'이 천궁이다.

    30년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면서 개발 기획 및 양산, 수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천궁 스토리'를 소개한다. 필자와 천궁의 만남은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번째는 2001년 5월 국방부 분석평가관실에서 국(局) 업무 총괄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시기 공군 기획관리참모부 방공사업 기획장교와 만남이다. 두 번째는 2012년 4월 러시아에서다. 천궁용 다기능레이더의 핵심 구성품인 송신기 양산 관련 협상 과정에 참여했다. 세 번째 만남은 방위사업청장으로 일하던 2021년 천궁 2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협상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라크 미사일 요격한 패트리엇의 놀라운 성능...천궁 개발의 꿈이 싹트다

    2017년 8월 그리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사일 발사 시설에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천궁은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표방하며 개발됐다. 미 국방부 제공

    2017년 8월 그리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사일 발사 시설에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천궁은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표방하며 개발됐다. 미 국방부 제공

     

    1991년 1월 18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비상 사이렌 소리에 텔아비브 시민들은 숙달된 대로 신속히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였다. 이어 시민들은 지하 방공호에서 미군과 이스라엘 정부가 “텔아비브 상공에서 패트리엇이 스커드 요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뉴스를 들었다. 대공 요격무기 패트리엇이 전장의 스타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몇 년 후 패트리엇의 요격 성공률이 과장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당시 국제 사회는 '지휘통제통신 감시정찰 정밀 유도무기(C4ISR PGM)'로 불리는 미국의 첨단 기술 기반 전력 혁신의 결정판을 경이로운 눈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패트리엇을 뛰어넘는 대공 요격 체계를 자국 기술로 개발하려는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기업의 연구자들, 그리고 공군본부에서 무기 기술의 소요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 장교들이 그들이다.

    패트리엇이 주한 미군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배치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그리고 2008년쯤 독일이 쓰던 패트리엇 잉여 장비를 새 장비처럼 재생해 도입한 'SAM-X 사업'이 시행됐다. 그런데 패트리엇의 국산화를 꿈꾸던 사람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움직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방 무기 체계 획득 절차를 고려하면 무기의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는 '소요제기' 결정까지 보통 4~6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천궁의 핵심장비 중 하나인 다기능레이더의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 협약을 체결하고, 초기단계 연구 개발이 시작된 것이 1998년이니 천궁은 최소 4~6년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국산화의 꿈을 키운 것이다.

    2004년 7월 1일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특별재판소 법정에 출두했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후세인은 이스라엘을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고, 패트리엇 미사일은 이를 요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로이터

    2004년 7월 1일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특별재판소 법정에 출두했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후세인은 이스라엘을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고, 패트리엇 미사일은 이를 요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로이터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국방 무기 체계 획득 절차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국방 무기 체계의 획득 절차를 간략히 설명한다. 각 군 본부에서 미래 전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향후 15년 이내에 필요한 무기체계에 대한 소요(所要)를 제기하면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해 국방부가 최종 소요로 확정한다. 이를 소요단계(기획단계)라고 하는데, 미래 안보환경과 국방 전략, 기술발전 추세 등을 고려하여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소요를 결정한다.
    여기서 결정된 소요를 대상으로 안보환경, 재원 여건 등을 고려한 뒤 국방부가 5개년 단위의 중기계획(연동형으로 매년 수정 보완)에 반영한다. 그러면 방위사업청이 매년 예산에 반영하는데, 이를 계획 및 예산단계라고 한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꼭 필요한 무기의 소요만 반영될 수 있어 우선순위와 긴급성 등에 대한 논쟁이 가장 격렬하게 이뤄진다.
    이 과정을 거쳐 무기체계의 소요가 예산으로 편성되면 방위사업청이 사업화(획득 및 양산사업)하여 이를 군에 전력화하는 것이다. 이를 집행 및 전력화 단계라 한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 최적의 성능 발휘, 전력화 일정 준수, 군 운용성 보장 등이 중요시된다. 우리나라 무기체계 획득절차는 소요-계획-예산-집행-전력화 단계로 구성돼 있다.

     

    2001년 5월...천궁 개발을 꿈꾸는 무모한 젊은이를 만나다

    2001년 5월. 한국형 패트리엇의 개발을 꿈꾸는, 무모하지만 당찬 젊은이를 만났다. 당시 필자는 국방부 분석평가관실 총괄담당으로서 각 군의 주요 무기체계 소요를 분석 평가하여 중기계획 반영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때 만난 이가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에서 방공 무기체계의 소요제기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장교였다.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음성과 메시지는 아직까지 귀에 생생히 남아있다.

    “지금 우리가 개발하려는 대공 요격무기는 우리가 달에 우주선을 착륙시키고자 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무모하면서도 당당하고 확신에 찬 모습. 무기체계의 필요성과 기술적 준비에 대한 자신감. 젊은 장교의 패기와 열정에 필자는 중기계획에 국산 중고도 요격무기 개발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한국형 패트리엇’천궁-Ⅱ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당시만 해도 '탄환으로 탄환을 맞히는 수준의 고난도 요격 무기'를 우리가 과연 독자 개발할 수 있는가, 투자대비 실용성은 있는가 등에 대한 의문이 국방저널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장 기획자들은 기술 개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도전 의식이 넘쳤다. 이것이 천궁으로 대표되는 K방산의 출발점이다. 천궁과 필자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2년 1월...천공을 담당하는 방공유도무기사업 조직을 혁신하다

    그리고 11년 뒤인 2012년 1월. 필자는 우리 군에 필요한 각종 유도무기를 국산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유도무기 사업부장으로 임명되었다. 당시 유도무기 사업부는 총 7개 팀으로 구성되어 지·해·공 모든 유도무기 사업을 관장하고 있었다. 부임 초 각 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아 보니, 20명 이상의 팀원으로 구성된 방공유도무기사업팀이 ‘다층방어체계’ 사업 전체, 즉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관련 사업 전체를 담당하고 있었다. 팀장의 업무 부담이 과도한 상황이었고, 전문성 발휘에도 제약이 따르는 구조였다.

    참고로, 적 미사일과 항공기 위협으로부터 우리 영토를 방어하는 체계는 통상 고도 5㎞ 미만의 저고도, 5~20㎞ 중고도, 20㎞ 이상 고고도 등으로 구분하고 육군이 저고도, 공군이 중고도 이상의 방어 무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다층방어체계’라고 한다. 위협의 유형과 방어하는 무기체계의 특성 등을 고려한 구분으로, 고도를 구분하여 다층적으로 방어함으로써 방어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설계되었다. 따라서 방위사업청은 군별 전문성을 고려하여 팀을 구분해 구성하는데, 이 경우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즉시 방위사업청장의 승인을 얻어 육군 방공사업 중심의 저고도팀과 공군 방공사업 중심의 중고도팀으로 조직을 분할했다. 천궁은 중고도팀의 핵심사업이었다. 그리고 천궁과의 두 번째 만남이 이어진다.

    강은호 전북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탄환으로 탄환을 맞히는 게 가능한가" 천궁은 달 착륙보다 어려운 무모한 프로젝트였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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